사실상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 인천공항은 '우왕좌왕' 혼란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고강도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고강도 방역 대책
▲중국에서의 단기 비자 발급 제한(외교, 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또는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은 제외)
▲중국발 운항 항공편 축소 및 추가 증편 제한
▲모든 중국 내 입국자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항공기 탑승 전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 Q코드 이용 의무화
▲확진자 관리를 위한 전국 시도 임시재택시설 및 임시수용시설 운영 등 5가지가 골자다.
특히 방역당국은 지난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유전자증푹(PCR) 검사를 하는 고강도 방역 대책을 실시 중이다. 중국발 입국자는 5일부터 입국 전 검사 결과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중국에서 국내에 오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내. 외국인(장례식 참석 등 일부는 예외)은 탑승 시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 결과 제출이 의무화됐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중국발 항공기의 국내 도착지를 기존 인천, 김해, 대구, 제주 4곳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했다.
현장은 준비 부족으로 통제 '혼란'
정부가 사실상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금지 조치에 버금가는 최고 단계의 방역 조치를 취했지만 현장에서는 준비 미흡으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대책을 발표하고 바로 이틀 후인 지난 2일부터 바로 시행한 탓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준비나 입국자들의 사전 인지가 부족한 탓이다. 한편에서는 중국발 확진자 급증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재유행하지는 않을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고강도 방역조치가 시행된 둘째 날인 지난 3일 인천공항은 미흡한 통제와 시민들의 불만이 섞이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우선 방역 담당자가 중국에서 입국한 단기 체류자들을 인솔할 때 별도의 격리된 동선이 없이 다른 공항 이용객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방역조치를 미처 알지 못했던 단기 체류자들은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 대기 중이던 서 모 씨(50대)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져서 최근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혹시나 또 퍼지면 어떡하나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PCR 검사 동선 미분리
방역당국은 강화된 방역 조치로 출입국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인 방역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고강도 방역조치는 의도와 달리 현장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 연출됐다. 동선 통제가 되지 않아 검사예정자가 일반 시민과 섞여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또한 격리 시설로 이동하는 검사자 바로 옆 휴게 라운지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고 음료를 마시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격리시설 거리두기 지켜지지 않아
지난 3일 오후에는 중국 항저우, 칭다오, 산양 등에서 출발한 입국자들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입국자들은 입국장 출입 게이트에서 대기하던 검역관의 인솔하에 터미널 외부에 있는 별도의 검사센터로 이동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며 이날 한국에 들어와 검사받은 단기체류 외국인 281명 중 73명(26%)은 확진 판정을 받은 양성자였다. 코로나19 확진자인 70여 명이 분리되지 않고 일반 시민이 대기하거나 음료를 마시는 장소에서 움직였다는 뜻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격리 시설의 출입구는 일반 이용객이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격리 시설 주변에서 일반 시민에 대한 동선 통제나 안내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해당 사실을 모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이용객들이 황급히 공간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별도 격리 시설에서도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급히 임시 시설을 마련하다 보니 장소가 협소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100여 명의 입국자는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물을 마시느라 마스크를 내리거나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천장 없이 임시차단벽과 가설 시설물로만 공간이 구분됐을 뿐 아니라 검사자 간 거리 두기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격리 시설이 오히려 확산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격리 피해 도주한 중국인 사례 적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일부 입국자들이 통제에 잘 따르지 않자 고강도 방역대책의 효과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입국한 코로나19 확진자인 한 40대 중국인 A 씨는 호텔 격리 전 도주했다가 잡히기도 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 있던 중국인 A 씨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입국 뒤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중국인은 영종도의 한 호텔에 격리될 예정이었다.
당국, 신속항원검사 대신 PCR 검사
PCR 검사를 위해 4시간여를 격리 시설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일부 단기 체류자는 불만을 표출했다.
단기체류 외국인 A 씨는 "4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신속항원검사는 20분이면 끝나는데 왜 이러는 것이냐"라고 검역관에게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방역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단기 체류자를 대상으로 한 PCR 검사가 과연 필수적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입국 전 검사만 실시하거나 방역 강화 조치로 대체하고 있다. 입국 전 음성확인서와 입국 후 PCR 검사를 모두 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동생을 마중 나온 이환희(23)씨는 "3년 만에 중국에서 봉쇄가 풀려서 동생이 이번에 한국에 왔는데, (중국 입국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시 못 만날까 걱정되긴 한다"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당초 신속항원검사(RAT)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조금 더 안전한 방역을 위해 PCR 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중앙사고수습본부 의료자원지원팀장은 "경찰이나 질서 유지 요원들을 더 투입해 (격리자 도주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라고 말하면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정부의 입장은 3년 전과는 다른 선제적인 고강도 방역을 통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특수 기대한 여행사들 '한숨'
한편, 여행업계는 이번 고강도 방역조치로 다시금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조치로 중국 단기 비자 발급은 외교, 공무,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해졌다. 사실상 중국 여행객을 당분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비자발급 제한은 오는 31일까지로 추후 상황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또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5% 수준인 중국발 운항 항공편을 더욱 축소하고 추가적인 증편도 제한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중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단기체류 입국자는 281명뿐이었다.
중국 봉쇄,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온 여행업계는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입국 제한국은 중국 한 곳이지만 이로 인해 되살아난 듯한 여행 수요가 다시 움츠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관광업계 회복률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대비 50~60% 수준"이라며 "중국인의 방한 관광 상품을 만드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19 이전 최대 관광국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원투어 여행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상대로는 관광상품 매출이 제로였다"라며 "지난 몇 년간 손실이 심해 중국 여행 정상화를 기대했는데 중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 이번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전반적인 여행업계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거나 추가적인 제재가 생길까 우려된다"라고 토로했다.
마치며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고강도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인천공항 PCR 검사 동선의 미분리와 현장은 준비 부족으로 통제 혼란 속에서 격리시설도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입장은 3년 전과는 다른 선제적인 고강도 방역을 통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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